<현장토크쇼 택시> 리뷰 by rus in urbe

tvN<현장토크쇼 택시> 시즌2(이하 줄여서 <택시>)를 챙겨보고 있다. 우연히 김구라 복귀 편을 본방으로 보게 된 이후 뭔지 모를 의무감에 목요일마다 리모콘을 좀 더 오래 쥐고 있다. 그러나 과연 다음 주에도 그럴지는 의문이다. 안타깝게도 <택시> 시즌2의 베스트는 첫 회였던 김구라 복귀 편이었고, 나쁘지 않았던 김구라의 고맙습니다’ 1, 2편 이후 급격히 집중력을 잃은 모습이 계속되고 있다. 공교롭게도 그 시점에 전현무의 투입이 이뤄졌다는 사실은 현재 <택시>가 처한 곤란을 들여다보는 단서가 된다.

<택시> 시즌21, 2, 3회분인 김구라의 복귀신고에 이은 고맙습니다방송분에선 김성주가 스페셜MC로 나서 김구라와 호흡을 맞췄다. 아무래도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는 김구라에게 김성주는 적합한 파트너였다. MC가 공유해온 개인사는 택시 안의 긴장감을 적당히 누그러뜨리는데 도움이 되었고, 각자가 가진 상처들은 그 속에서 매끄럽게 여과되어 부담 없이 시청자들에게 다가설 수 있었다. 방송에도 진정성이라는 것이 존재한다면 거기에 가장 가깝게 도달한 순간이 바로 그때가 아니었을까 싶을 정도로 말이다

사실 김구라는 진행자로서 지나칠 정도의 진지한 분위기를 못 견딘다는 덕목을 갖추고 있다. 토크 기반의 예능프로그램이 갈수록 진지함과는 거리를 둔다는 건 주지의 사실이다. 그나마 무게감이 있었던 <무릎팍 도사>조차 점집이라는 콘셉트로 본격 토크쇼의 부담을 덜었다는 점은 이를 방증한다. 김구라는 이러한 예능의 흐름에 적합한 진행자였다. 눈물을 흘리는 강원래에게 오늘 여러 가지 하십니다."라고 일갈하던 모습이야말로 그의 덕목이 드러난 장면이었다. 김구라가 <라디오스타>에서 빛나는 활약을 보여줄 수 있었던 까닭에는 이렇게 진지함을 기피하는 시대적 요구도 포함되어 있었다

이러한 김구라의 덕목은 택시라는 공간에서 벌어지는 토크쇼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방청객도 제작진도 없는 좁은 차 안에서 게스트와 MC 사이의 벽은 낮아질 수밖에 없다. 대화의 폭과 깊이도 그만큼 넓고 깊어질 확률이 높다. 기실 택시 뒷좌석에 몸을 맡긴 채 상념에 젖는다거나 기사님과 이런 저런 이야기를 격의 없이 나누는 이미지야말로 <택시>가 노리는 것일 게다. 문제는 이런 조건 속에서 지나치게 진지한 분위기가 형성될 확률도 덩달아 높아진다는 점이다. 그러나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위기 상황 속에서 김구라는 구원투수로 올라와 진지함이라는 불을 말끔히 꺼트려버린다. 

이런 메커니즘이야말로 <택시> 제작진이 김구라에게 기대하는 바일 테다. 실제로 김성주와 더불어 이 메커니즘은 효율적으로 작동했다. 김성주는 김구라와 더불어 토크를 이끌기도 했고 게스트에게 공감하며 약간의 진지함을 불어넣기도 했다. 그러나 결정적으로 김성주는 김구라의 놀림감 역할을 맡으며 진지함을 와해시키는데 기여하고, 더 나아가 게스트보다 아래에 위치하는 것을 마다하지 않았다. 이것이야말로 김성주와 전현무의 가장 큰 차이점이라 할 수 있다. 토크쇼에서 게스트에 포커스를 맞춰야하는 것이 마땅한 일이라고 할 때, 김성주는 포커스 밖의 짙은 그림자로서 김구라가 게스트를 비추는 핀 조명을 더 밝게 만들어준다

전현무의 경우는 어떨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아직까진 실패라고 할 수 있다. 방송에 임하는 의욕의 문제를 떠나서 김성주와 전현무의 재능은 그릇 자체가 다르다. 전현무가 갖고 있는 장점은 그림자의 역할에선 발휘되지 않는 성질의 것이다. 요컨대 전현무는 그림자를 맡기엔 지나치게 빛나는 캐릭터라는 것이다. 따라서 전현무가 빛나는 만큼이나 게스트로의 초점화는 불분명해지고, 토크쇼로서 <택시>의 강점 역시 흐트러져버리고 만다. 프로그램 내부에서도 프로그램을 관조적으로 바라보며 진행하는 김구라와 그 내부를 가득 채워버리는 전현무 사이에 게스트가 설 자리는 좁을 수밖에 없고, 좁은 자리에서 대화는 진지할 겨를조차 갖지 못하게 된다. 당연히 김구라는 진지함의 위기에서 세이브를 올릴 기회조차 얻지 못한다. 큰 점수차로 이기는 것이 아니라 팀이 지고 있는 경기라서 말이다

MC 모두에게 생소한 게스트들을 모신 저번 주와 이번 주의 방송은 앞선 논의를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특히나 2명의 게스트를 한 시간 내에 쪼개서 내보낸 이번 주 방송분은 아쉬움이 크다. 시청자들이 <택시>에 기대하는 웃음은 정통 토크쇼의 그것과 유사하기 때문이다. MC의 역할이 조율되지 않은 채 겉돌고 있는 토크는 전현무의 루시퍼춤 만큼이나 삐걱거리고 있다. 출발한 지 얼마 되지 않은 <택시>, 게다가 두 MC의 복귀작에 더 이상의 찬물을 끼얹고 싶진 않다. MC의 미덕을 잃지 않으면서도 게스트 집중도를 높이는 새로운 메커니즘을 고안해야할 시점이다. 곧 있으면 <무릎팍 도사>가 돌아올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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